사랑과 슬픔의 만다라
너는 내 최초의 현주소
늙은 우편 배달부가 두들기는
첫번째 집
시작 노트의 첫장에
시의 첫문장에
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
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
다른 사람들은 너를 너라고 부른다
그러나 나는 너를 너라고 부르지 않는다
너는 내 마음
너는 내 입 안에서 밤을 지샌 혀
너는 내 안의 수많은 나
정오의 슬픔 위에
새들이 찧어대는 입방아 위에
너의 손을 얹어다오
물고기처럼 달아나기만 하는 생 위에
고독한 내 눈썹 위에
너의 손을 얹어다오
나는 너에게로 가서 죽으리라
내가 그걸 원하니까
나는 늙음으로 생을 마치고 싶지는 않으니까
바닷새처럼 해변의 모래 구멍에서
고뇌의 생각들을 파먹고 싶지는 않으니까
아니다
그것이 아니다
내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은
아무것도 모른다는 것
내가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
넌 알몸으로 내 앞에 서 있다
내게 말해다오
네가 알고 있는 비밀을
어린 바닷게들의 눈속임을
순간의 삶을 버린 빈 조개가 모래 속에
감추고 있는 비밀을
그러면 나는 너에게로 가서 죽으리라
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
다만 너를 위한 것
별에 못을 박다
어렸을 때 나는
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
흔적이 아닐까 하고
생각했었다
별들이 못구멍이라면
그건 누군가
아픔을 걸었던
자리겠지
-류시화
출처 : * 마음의 산책 *
글쓴이 : 라에 원글보기
메모 :
'이글 참 맘에 든다.' 카테고리의 다른 글
[스크랩] ♡★그대만을 사랑하겠습니다★♡ (0) | 2010.07.10 |
---|---|
[스크랩]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/ 김현태 (0) | 2010.07.10 |
[스크랩] 아파도 사랑 할래요... (0) | 2010.07.01 |
[스크랩] 사랑해서 이토록 아프다면*** (0) | 2010.07.01 |
[스크랩] 따뜻한 커피 한잔에 좋은글 (0) | 2010.03.18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