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글 참 맘에 든다.

[스크랩] 사랑과 슬픔의 만다라

박재란 2010. 7. 10. 22:23

  

 

 

           

           

          사랑과 슬픔의 만다라

           

           

          너는 내 최초의 현주소
          늙은 우편 배달부가 두들기는
          첫번째 집
          시작 노트의 첫장에
          시의 첫문장에
         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

         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
          다른 사람들은 너를 너라고 부른다
          그러나 나는 너를 너라고 부르지 않는다
          너는 내 마음
          너는 내 입 안에서 밤을 지샌 혀
          너는 내 안의 수많은 나

          정오의 슬픔 위에
          새들이 찧어대는 입방아 위에
          너의 손을 얹어다오
          물고기처럼 달아나기만 하는 생 위에
          고독한 내 눈썹 위에
          너의 손을 얹어다오

          나는 너에게로 가서 죽으리라
          내가 그걸 원하니까
          나는 늙음으로 생을 마치고 싶지는 않으니까
          바닷새처럼 해변의 모래 구멍에서
          고뇌의 생각들을 파먹고 싶지는 않으니까

          아니다
          그것이 아니다
          내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은
         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
          내가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
          넌 알몸으로 내 앞에 서 있다

          내게 말해다오
          네가 알고 있는 비밀을
          어린 바닷게들의 눈속임을
          순간의 삶을 버린 빈 조개가 모래 속에
          감추고 있는 비밀을
          그러면 나는 너에게로 가서 죽으리라
         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
          다만 너를 위한 것

           

           

           

           

           

            

           

           

           

          별에 못을 박다

           

          어렸을 때 나는
         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
          흔적이 아닐까 하고
          생각했었다

          별들이 못구멍이라면
          그건 누군가
          아픔을 걸었던
          자리겠지

          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-류시화

             

           

            

            

           

           

출처 : * 마음의 산책 *
글쓴이 : 라에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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